최근 웰빙 음식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사찰음식. 담백한 음식으로 성인병 환자는 물론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찰음식은 단지 ‘음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담아내는 작은 세계다. 사찰음식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본다./

사찰음식은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 온 이래 1600여 년 동안 수행자의 음식으로 전해오고 잇는 우리 전통음식이다. 세간의 음식은 가리지 않고 즐기는 음식이지만 사찰에서는 몸의 기운을 방해하는 일부의 재료들은 경전의 가르침에 따라 가려서 사용한다. 또한 사찰음식은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담백한 양념으로 만든 음식이다.
우리가 사찰음식을 떠올릴 때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가 있다. 바로 ‘약선음식=사찰음식’이라는 등식이다. 두 음식 모두 넘치는 열량과 향신료와 첨가물로 범벅이 된 나쁜 먹을거리 대신 건강한 채소를 주원료로 한 음식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채우고 비운다는 철학적 측면에서는 조금 다르다.
약선음식은 먹는 사람의 몸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준다면 사찰음식은 비움의 음식이다.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그 병세를 다스리는 효과가 있는 재료를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약선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찰음식이 다른 음식과 다른 것은 바로 사상적 배경이 있다는 점이다.
첫째로 공존이다. 모든 생명체는 상호의존적이라는 우주론적 연기사상에 따라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다. 둘째 채식 중심이다. 모든 생명있는 것은 죽이지 않는다는 불살생계에 의거 동물성 식재료를 금하고 있다. 셋째 규칙성과 자연성이다. 자연의 맛과 향을 살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자연식이다. 자연 속에서 음식재료를 찾고 활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사찰음식은 수행의 한 과정이다. 즉 사찰에서 스님과 신도드링 음식을 먹을때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먹는 것이며 도를 닦는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 먹는다.
사찰음식 전문가인 유지원 자연음식문화원 원장은 음식이 몸 건강과 마음의 성품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고 한다. 거친 음식을 먹게되면 자연히 사람의 성품이 거칠어지듯 요즘 호학첨가물이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 가공식품, 탄산음료 등 잘못된 음식문화로 인해 사람들이 산만하고 들떠잇으며 몸 또한 장생능력이 떨어지고 건강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특히 가축 사육과정을 통해 투여된 성장 호르몬은 그 고기를 섭취한 아이들에게 성조숙 증 등을 유발하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처럼 사찰음식에 대한 사상적 배경을 알고 사찰음식을 접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냉장고를 비우는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냉장고에 들어 있는 각종 소스를 버려야 한다.
사찰음식 전문가인 유지원 자연음식문화원 원장은 “냉장고를 열어 마요네즈, 케찹, 피자 소스 등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그 수많은 소스에는 아주 많은 첨가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대신 간장, 된장, 고추장. 이 세 가지를 마트에서 사지 말고 직접 담가 먹으라는 것이다. 건강한 재료로 담가낸 이 천연조미료야 말로 최고의 재료이며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웬만한 사찰음식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조미료를 이용해 제철의 건강한 채소로 음식을 만들면 된다.
사찰음식을 우리 일상에도 응용할 수도 있다.
불교에서는 먹어서는 안되는 오신채가 있다. 매운 맛을 내는 채소인 파, 마늘, 부추, 달래, 홍거 등 다섯 가지다. 왜 오신채 일까?
수천년전 우기에 수천명이 좁은 공간이 모여 수도를 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된다. 몸에 열을 내는 오신채를 먹는다면 수도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이 상당했을 것이다. 이 같이 사찰의 음식에는 깊은 뜻이 있다. 이를 우리 가정에 비교한다면 수험생에게 열이 많이 발생시키는 마늘, 파 등을 많이 먹여서는 안된다.
사찰음식은 단지 먹을거리뿐 아니라 세상을 다시 바로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사찰음식이 포용하고 있는 ‘비움’과 ‘공생’의 의미는 그것을 뛰어 넘는 것이다. <도움말:유지원 자연음식문화원 원장>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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