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규 전북대학교 교수

행동이란 몸을 움직여 어떤 동작이나 일을 행하거나 내외적 자극에 대하여 생물체가 보이는 반응을 이르는 말이다. 불이 꺼졌을 때 동공이 확대된다던가 압정에 밟혔을 때 재빨리 빼는 것들이 행동의 예이다. 고차원의 행동은 뇌 전두엽의 신경세포들에 의해 유발되는 의식적인 행동들이다. 자의적 행동은 어떠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극되거나 혹은 동기가 부여되어 행하여 진다.
 동기라는 것은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다는 것 같은 매우 추상적인 것일 수도 있고 방광에 오줌이 가득 찼을 때 화장실에 가고싶은 욕망 같은 매우 구체적인 것일 수도 있다. 동기는 결국 행동을 유발하는 추진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동기부여가 어떤 특정한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반드시 그 행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동은 뇌 활동의 결과이다. 정확하게는 뇌의 선천적인 부분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 산물이다. 각 개인의 특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DNA이며 이는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한 개인마다 고유하다. 인간 뇌의 고유한 특성을 형성하는 또 다른 요인은 축적된 개인의 경험이다. 환경으로부터의 감각 그 자체도 뇌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도 물리적인 면에서는 동일할 지라도 행동에 있어서는 동일하지 않다. 유전 및 경험에 의한 차이는 결국 뇌의 물리적 변화로 표현되며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범주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오래전에 일군의 과학자들이 일본의 코시마 섬에 사는 ‘일본원숭이’를 관찰한 기록이 있다. 과학자들은 지나가는 배에서 해변으로 고구마 조각을 던져놓고 원숭이를 유인하였다. 원숭이들은 고구마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려 시도했지만 고구마 조각은 여전히 모래 투성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라는 어린 암컷이 고구마를 들고 물로 가져가서 모래를 씻어냈다. 그러자 원숭이 집단의 대부분이 ‘이모’의 행동을 따라 했다. 성체 수컷은 이 행동을 모방하지 않았지만 어미나 암컷 형제로부터 이 행동을 배운 어린 수컷은 자라면서 계속해서 고구마를 씻어 먹게 되었다.
 다음에 과학자들은 이 원숭이 집단에게 또 다른 실험을 실시하였다. 즉 과학자들이 해변에 밀을 뿌려준 다음 원숭이들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모래에서 밀알을 골라내는 것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어렵겠는가. 하지만 비범한 능력을 갖춘 ‘이모’는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는 모래 속에 섞여있는 밀과 모래를 물에 던져 물에 뜨는 밀 알갱이만 걷어내 먹었다. 이런 효율절인 섭식행동은 고구마를 씻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단 내에 신속하게 퍼져 나갔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일본원숭이’ 집단은 먹이를 물로 씻고 물에서 놀며, 해산물 섭취를 비롯한 행동, 즉 물과 연관된 행동의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전수하였다. 학습된 행동이 공유되면 문화가 되는 것이다.
 동물의 일생에 걸친 행동의 대부분은 선택의 연속이다. 즉, 언제 어디로 이동할지, 어디에 둥지를 틀지, 어떤 것을 먹을지, 언제 싸우며 언제 도망쳐야 할지, 누구와 연합할지, 그리고 누구와 짝짓기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개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삶이란 선택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청문회 정국이 한창 진행중이다. 우리의 일생에 걸친 행동은 눈 속에 남겨진 발자국처럼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아도 모든 것이 기록된다. 한번 행한 언행과 남겨진 글들은 그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청문회석상에 설 것이란 생각으로 생활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여유롭고 부드러운 사회가 될 것이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음주운전 등으로 머리를 조아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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