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 전북 고창 씨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지 26일로 100일째.
전북은 지난 2011년 발병 피해에 비해 크게 축소된 피해만을 보고 있지만, 전국적으로는 사상 최대의 피해를 기록하며 AI 바이러스 전염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25일 전북도 농수산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AI 발생 이후 전북에서는 현재까지 100농가에서 닭·오리 등 264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지난 '11년 발생 당시 641만 마리를 살처분했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당시 전북은 김제 용지면의 대규모 가금류 사육단지에서 AI가 발생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올해는 발생 건수에 비해 살처분 마릿수가 줄었고, 이에 따라 재산피해액도 200억 원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도 농정당국은 예측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AI 발생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살처분한 가금류는 1,285만 마리로 집계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낳고 있다.
고창에서 발병해 전국으로 확산된 AI의 발병건수는 29건으로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진됐으며, 피해농가도 498곳에 이른다.
이에 따른 재산 피해액도 2008년 3,07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피해가 증가한 까닭은 닭·오리 산업이 농가와 기업이 연계해 대규모 사육을 하는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농가의 사육 규모가 과거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 1~4차 AI 발병 당시 살처분 농가의 평균 사육 마릿수는 9,400 마리였으나, 올해는 평균 2만4,900 마리에 달했고, 전북에서는 20만 마리의 육계를 살처분한 농가도 있었다.
이와 함께 최근 충북 진천(21일)과 울산 울주군 양계농가(24일)에서 발병이 신고되는 등 AI 종식 선언이 쉽지 않아 발생기간도 2010~2011년의 139일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와 관련, 도 농수산국 박태옥 계장은 "마지막 신고일로부터 21일간 발생이 없어야 반경 3㎞ 방역대 경계지역이 해제되는 등 10㎞ 방역대까지 총 35일 정도를 지나야 종식을 선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5월말까지는 방역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날씨가 더워졌고 철새가 대부분 돌아갔는데도 AI 발생이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박 계장은 "날씨가 따뜻해져도 가금류 분변 등에는 바이러스가 2~3개월간 잠복할 수 있어 사육농가 및 방역당국의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는 농가들의 협조로 전국대비 닭 16.8%, 오리 24% 등 약 5,000만 마리를 사육하는 전북지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종식 선언을 앞당기기 위해 일 평균 온도 20℃가 돠는 시점까지 현재의 방역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AI는 과거 4차례 발병한 'H5N1'형 바이러스가 아닌 'H5N8'형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 크게 '고창형'과 '부안형'으로 나뉜다.
고창형은 중국 장쑤성의 H5N8형과 장시성의 H11N9형이 재조합됐고, 부안형은 장쑤성의 H5N8형과 중국 동부의 H5N2형이 재조합된 것으로 조사됐다.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가창오리에서 고창형과 부안형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됐는데, 이는 이번 바이러스가 모두 중국대륙으로부터 철새에 의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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