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5가구당 1가구꼴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보고도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2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것에 비해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부족하다는 우려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과 행복한 교감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알아본다.

“우리들은 생각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으며, 감정을 가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의 삶이 소중하듯 우리들의 삶도 행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동물병원협동조합을 세워주시길 바랍니다”
서울 마포에 있는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의 동물회원용 정관 일부다.
동물들도 생각하고, 기억하고,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바로 반려동물을 대하는 기본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인간이건, 개나 고양이건 생명입니다. 생명의 무게는 똑같습니다. 이들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버려진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고 있는 박정희씨. 동물사랑실천연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희씨는 개와 고양이 등 동물가족과 같이 생활한다.
개 네 마리 가운데 첫째는 루나(보더톨리 양몰이 견). 다른 집으로부터 가정분양받았다. 5살. 둘째 써니(대형 믹스견). 동물사랑실천협회로부터 2009년 12월에 입양했다. 셋째 쫑순이(시추 믹스견). 전주 대성동에서 구조한 뒤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입양했다. 넷째 방순이. 쫑순이 새끼로 쫑순이와 같이 버려졌었다.
고양이 첫째는 타샤. 2개월령 때 동물병원을 통해 구입했다. 둘째 미우. 다른 사람이 1년 키우다 못키우겠다고 해 맡았다. 셋째 코코. 써니 입양할 때 같이 입양한 고양이. 다리가 골절된 상태로 동물사랑실천협회에 구조됐다. 넷째 럭키. 홍지서림 근처에서 구조해서 입양. 다섯째 순이. 전 주인이 병원에 버린 고양이로 카카오스토리에서 보고 입양을 결정했다.
그는 이같이 대부분 버려진 동물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생각이 있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이 숨을 거둘 때까지 같이하겠다는 책임감입니다. 수명이 15년 이상 되는 동물을 키우는 것은 충동적이어서는 안됩니다”
그는 연인들이 만난지 100일 기념으로 동물을 선물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며 상품구매하듯 동물을 사는 충동적인 마음은 결코 동물을 사랑하는 맘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마음 준비없는 반려동물 구입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단지 ‘예쁘다’며 동물을 사달라고 조르기 일쑤인데 부모들이 이 부탁을 너무 쉽게 들어주는 것도 큰 문제. 동물들의 배설물 치우기와 목욕 등 힘든 뒷처리는 고스란히 어른들 몫으로 남고 결국 그 동물은 집안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만다.
또한 어른들도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겪게 될 여러 가지 힘든 문제와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은 뒤에 동물을 키우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약 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그 개는 대부분 목숨을 잃게 된다. 사람을 무는 개를 키워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개를 죽이는 대신 개 주인에게 책임을 묻고 개를 훈련시킨다고 한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개의 문제가 아니라 개를 폭력적으로 기른 주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개가 눈치를 본다거나, 기가 죽어있다거나, 또는 광폭해지는 것은 모두 주인이 잘못 길렀기 때문이며 사람이나 개나 학대를 받으면 똑 같이 난폭해 진다는 이유다.
동물을 키우려는 마음준비가 충분히 됐다면 어떤 경로로 구입해야 할까?
“유기견을 입양할 것을 권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년동안 버려지는 개는 10만마리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안락사, 병사 등을 제외하면 겨우 30% 정도만 목숨을 유지합니다. 이들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은 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주의 경우 10여 곳의 유기견 보호대행 동물센터가 있으며 이곳에 연락하면 중성화 비용 1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있다고 한다. 말티스 등 소위 인기있는 품종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수 이효리가 활동하고 있는 카라나 동물자유연대,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관련 단체를 통하면 유기견을 입양할 수 있다.
또 입양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입양가는 유기견을 임시로 키워볼 수 있기도 하다. 경험을 통해 입양에 대한 책임감 등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매일 깨끗한 물과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개 밥그릇이나 물그릇은 반드시 매일 청소를 해줘야 한다.
개의 하루 운동량은 17㎞. 이를 다 채워주진 못해도 하루 1시간 이상 운동을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처럼 지자체에서 개 전용 운동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동시에 운동량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목줄없이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는 기본. 다만 마당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예방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의지’가 없다면 반려동물은 키우지 않는 것이 낫다.
“모든 생명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반려동물을 맞는 가장 중요한 자세를 말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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