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木耳)버섯’은 생긴 모양이 나무에 붙은 귀와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중국에서도 발음만 다를뿐 쓰기는 ‘木耳’라고 쓰고, 영어로도 ‘tree ear’ 또는 ‘wood ear’라고 하니까 같은 이름인 셈이다.
주로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목이버섯은 최근 기능성이 많이 알려지면서 웰빙과 힐링 바람 속에 국내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소비량을 연간 1만~1만2000톤(생목이버섯 기준)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목이버섯은 중국이나 북한에서 수입된 말린 제품들이다.
순수 국내산은 약 500톤 가량에 불과하다. 이중 익산시를 위주로 한 도내 농가들이 국내 생산량의 60%에 해당하는 300톤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바로 농업회사법인 (주)올자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유망 프랜차이즈 업체를 걷어치고 어느날 갑자기 목이버섯 재배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신화를 일궈가고 있는 박경원(45)․정일완(43)씨 부부를 만나봤다.

■ 4년간 노력 끝에 재배기술 정립
올자란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경원씨는 목이버섯 재배에 뛰어들기 직전까지 순살치킨, 완산골명가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개발․운영했다. 전북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200여 가맹점을 거느리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던 전도유망한 사업가였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목이버섯 재배에 뛰어들게 된 것은 한 탈북자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중국에 갔다가 우연히 탈북자 4명을 구출하게 된 박 본부장은 그중 한명으로부터 또다른 탈북자 한명을 소개받게 된다. 소개를 받아 알게 된 탈북자가 목이버섯 재배를 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투자금 3억이면 충분하다는 말에 목이버섯 재배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3억이 20억이 될 줄은 까맣게 몰랐다.
2006년, 훗날 백제 무왕이 된 서동의 생가터 근처인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연동마을에 자리를 잡고 목이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나 목이버섯 재배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재배기술도 없는데다 노지에서 재배한 목이버섯은 품질이 떨어졌다.
박 본부장은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 버섯 연구를 맡고 있는 유영진 박사를 찾아갔다. 유 박사의 도움을 받아 2009년 비로소 재배기술을 정립했다. 4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국내 최초로 목이버섯을 연중 대량 재배하는 기술을 정립한 것이다.
박 본부장은 핵심기술인 봉지재배법과 관련된 5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지난 1월 ‘버섯 배양봉지의 자실체 유도구멍 형성장치’에 대한 특허권을 획득했다. 나머지 4건에 대한 특허도 조만간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과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았고, 작년 1월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선정하는 ‘스타팜’으로도 지정됐다. 친환경농업을 활성화시킨 공로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익산시에서는 올자란이 생산하는 목이버섯과 목이버섯국수를 익산시 농특산물 공동브랜드인 ‘탑마루’로 선정해 판매활동을 돕고 있다. 탑마루 선정시에는 ‘재배기술 육성’을 지원해준 농업기술원의 조형철 원장이 직접 추천서를 써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연간 300톤 생산, 국내 생산량의 60% 차지
목이버섯 재배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참나무톱밥과 유기질 영양소를 혼합해 봉지에 담고(입봉), 살균, 냉각, 접종, 배양, 출고, 생육의 과정을 거친다. 원료 혼합에서부터 배양까지 약 70일이 소요되며, 생육기간은 50일 안팎이다. 총 4개월이 소요되는 셈이다.
올자란은 이를 위해 820㎡ 규모의 배양실과 1만720㎡의 생육실, 부대시설 등 총 1만2,200㎡(3,700평)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올자란의 목이버섯은 대량재배를 하면서도 무농약, 무항생제, 무촉진제로 자연산에 가깝게 생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우수종균으로 목이버섯 고유의 맛과 향이 강하며, 저장성도 20일(냉장보관) 이상으로 양호하다.
때문에 올자란에서 생산된 생목이버섯은 대부분 유기농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에 납품되고 있다. 일부는 11번가 등 온라인쇼핑몰과 개인고객 등에게 판매되고 있다.
목이버섯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이미 목이버섯을 첨가한 국수를 개발해 출시했고, 만두나 찐빵 등의 제품도 개발중이다. 낮은 칼로리와 뛰어난 기능성을 활용해 국수나 음료, 스넥, 과립, 환, 죽 등 다양한 형태의 다이어트 식품도 구상중이다.
일본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시장규모는 우리나라의 약 3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라면이나 쌈채, 토핑 등으로 목이버섯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에 이미 각각 1억원 상당의 물량을 수출했고, 현재는 일본에 현지총판을 두는 계약이 거의 성사단계에 있다. 물량은 월 2만개 수준으로, 연간 5억원 안팎의 물량이 수출길에 오를 전망이다.

■ 100농가 육성해 ‘행복한 농사’ 짓게 할 터
2011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주)올자란에는 인근 마을주민 20여 세대가 같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익산 일대에서 연간 생산되는 목이버섯 총량은 국내 생산량의 60%에 해당하는 300톤 안팎으로 추정된다. 금액으로는 30억원에 이른다.
이들 농가들은 올자란에서 배지를 공급받아 목이버섯을 생산, 연 3,000~6,000만원 가량의 조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 본부장은 내친김에 참여농가를 100농가 정도로 확대해 이들이 모두 ‘행복한 농사’를 짓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또 익산에 산지유통센터를 설립해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확실한 거점지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계획은 건전한 시장가격을 유지하고 재배농가들을 보호하겠다는 박 본부장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타지에서도 목이버섯 배지를 공급해 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고 있으나 판로가 없을 경우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공급하지 않는다. 판로가 없으면 덤핑판매를 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시장질서를 무너뜨린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올자란은 ‘공생’ 못지않게 ‘나눔’에도 열성적이다.
1년 장기약정을 맺고 매주 생목이버섯(200g) 50개를 익산 행복나눔마켓에 기증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2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박 본부장은 “한 대형마트의 벤더로부터 ‘납품할 때 좋은 차 타고 들어오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면서 “농민은 항상 어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갔다. 우리 목이농가들이 ‘행복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문관기자․mk7962@

■ 목이버섯은?
목이버섯은 주로 나무에 붙어 자라는 야생버섯이지만 최근에는 재배기술이 개발돼 실내나 노지에서 연중 재배하고 있다.
생목이는 말랑말랑하지만 건조하면 단단해지고, 물을 먹으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는 특징이 있다. 중국음식점에서 짬뽕이나 탕수육 등에 들어가는 목이버섯은 대부분 중국산 건목이다. 국산 생목이는 품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워낙 단가가 비싸서 이들 음식에는 맞지 않다.
목이버섯은 씹는 식감도 좋지만 다른 버섯에 비해 월등히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때문에 변비 해소에 탁월하고, 다이어트에도 뛰어난 효능을 자랑한다. 목이버섯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소화기관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한다. 장에 도달한 식이섬유는 무게의 15배까지의 수분을 흡수해 변의 부피를 늘리고 변을 부드럽게 해 준다.
또 노화를 막고 피를 맑게 하며, 위장과 폐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고 전한다. 치질과 변비, 하혈 치료에 좋고 항암제나 백혈병 치료제로도 쓰인다. 간장이나 위장이 부었을 때도 사용하고, 편도선염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이버섯에는 또 사람이 먹는 음식 가운데 가장 많이 비타민D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물질로, 부족시에는 골다공증과 대장암, 유방암 등의 발병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기능식품연구원의 성분분석 결과에 따르면 100g당 3,629㎍의 비타민D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정어리, 청어, 연어, 참치 등의 함유량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소문관기자․mk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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