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꽃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고 화려한 꽃이다. 세계적으로 약 7,000여종의 품종이 있으며, 매년 200~300여개의 품종이 새로 생겨난다.
화려한 모양과 다양한 품종만큼 장미와 연관된 신화나 전설, 설화, 역사적 사건들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장미는 절화류 가운데 가장 많이 소비되는 꽃으로, 주로 사랑의 고백이나 신부의 부케, 다양한 꽃장식 등으로 많이 쓰인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9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전라북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장미를 재배하는 곳으로 꼽히는데, 바로 국산 장미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주)로즈피아와 임실장미영농조합법인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즈피아는 국내 장미수출의 60%를 점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으로, 하루 6만~8만송이의 장미를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또한 로즈피아 정화영(55) 대표는 직접 장미를 생산하기도 하는데, 그가 운영하는 장수화훼영농조합법인은 장수군 장수읍과 천천면에 각각 농장을 두고 연간 500~600만 송이의 장미를 생산하고 있다.
그중 천천면에 있는 2농장은 정 대표의 아들인 상용(27)씨가 관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절기상 봄이 가까이 왔다고는 해도 아직 바깥기온이 영하권에 맴돌던 지난 20일 장수군 천천면의 장수화훼영농조합법인 2농장을 찾았다. 4,000평의 드넓은 유리온실은 따가운 햇살과 높은 열기로 후텁지근했다. 온실의 온도는 섭씨 2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밀짚모자를 쓴채 인부들과 함께 한창 장미수확을 하고 있던 상용씨는 생전 처음 대해보는 취재진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졸업후 이틀만에 농장 허드렛일부터 시작
장수 천천이 고향인 상용씨는 장수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농수산대학 화훼과에 입학해 2008년에 졸업했다. 이미 아버지를 도와 화훼농사를 짓기로 했던 터라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한국농수산대학은 산업기능요원으로 2년10개월간 영농에 종사하면 군 면제혜택이 있어 덤으로 군 입대까지 면제받았다.
졸업식 후 이틀만에 농장에 배치돼 일을 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 등을 수거하는 것이 첫 임무였다. 맡바닥 허드렛일부터 시작한 것이다.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꼬박 8시간을 서서 일해야만 했다.
3개월 후 비로소 직접적인 영농작업을 실시했는데 이번에는 농약치기였다. 바로 응애가 발생한 것이다. 응애는 잎의 뒷면에 서식해 잘 보이지도 않는데 1마리가 1주일이면 100마리로 번식한다. 2주만 지나면 1만마리가 되는 것으로, 자칫 방제시기를 놓치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2박3일동안 농약을 치면서 죽을 고생을 했다.
이후에는 수경재배에 투입되는 양액 배합 등을 배웠다. 큰 양액통에 마그네슘과 칼슘을 별도로 넣어 용해시킨 뒤 배합비율에 따라 물과 함께 작물에 전달돼야 하는데 충분히 용해되지 않으면 침전물이 생겨 노즐이 막히게 된다. 한번 잘못 섞이면 비료값만 40~50만원이 새로 들어가야 한다. 놀러가려고 급히 서두르다가 몇 번 ‘사고’를 치기도 했지만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노즐까지 막히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전문 컨설턴트로부터 꾸준하게 작물 재배에 대해 배워가면서 일을 익혔다.

■ 보기만 해도 아픈 것 알아주는 농사꾼 되고파
학교에서 3년동안 공부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일을 하려니 현실과는 상당히 달랐다. 시골이 외롭기도 했다. 그나이 무렵 젊은이들이 다 그렇듯 그도 친구들과 만나 놀고 싶었다.
그렇게 첫 1년이 흘러갔지만 그 1년이 너무도 힘들었다.
2010년 2농장이 지어지면서부터는 아예 2농장을 전담하게 됐다. 작년 9월에는 고등학교 1년 선배인 최정애씨와 결혼도 했고, 올 1월에는 ‘속도위반’으로 아들도 낳았다.
현재는 장수 읍내에 있는 한 원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갑갑하긴 하지만 아직 아이도 어리고해서 당분간 도시로 나갈 계획은 없다.
일을 하는 한편으로 젊은 농업인들의 모임인 4H에도 가입했다. 작년에는 장수군4H연합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어차피 시작한 일이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하는 상용씨. 그는 ‘진정한’ 농사꾼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작물이 아프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농사꾼이 되고 싶단다. 멀쩡하던 꽃이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쓰러지기 전에 처방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성공한 농업인이자 사업가인 아버지로부터 많은 자산을 물려받았고 지원도 받고 있지만 그도 아버지 못지않게 잘 하고 싶고 그럴 자신도 있다.
“새로운 걸 계속 받아들이고 그걸 내걸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걸 받아들여야 앞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문관기자․mk7962@

■ 생산량의 85%는 일본 등지에 수출
장미 재배에는 시설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시설비가 상상을 초월한다.
2농장은 시설비 30억과 지열냉난방시스템 설치비용 15억 등 45억원의 돈이 투입됐다.
온실의 시설은 원예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 도입됐다. 때문에 미세한 부분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지붕에 나 있는 환기창이 열릴 때도 찬바람이 한꺼번에 밀려들지 않도록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열리도록 설계됐다. 온실의 높이는 공기대류를 위해 높이 짓는 것이 최근 추세. 2농장의 높이는 지붕까지 5.5미터에 이른다.
온실의 온도는 하루의 평균온도가 20~21℃에 이르도록 조절하고 있다. 지열냉난방시스템이 설치돼 있지만 겨울철에는 보일러, 여름철에는 냉방기를 일부 가동해야 한다. 일교차가 있어야 꽃도 커지고 상품성도 높아진다.
장미 재배는 가지를 잘라 큐브에 꽂는 꺾꽂이(삽수)로부터 시작된다. 가지가 뿌리를 내리면 정식하고, 정식 후 150일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이후에는 품종이나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50~60일 간격으로 연중 수확할 수 있다.
수확한 장미는 전주에 있는 로즈피아로 보내져 선별작업을 거친 뒤, 수출길에 오르거나 국내시장에 판매된다.
국산 품종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외국산 품종들을 재배하다보니 이에 따른 로열티도 상당하다. 보통 1주당 1,000~1,500원 정도 로열티를 지불하는데, 장미 절화가 가능한 5년가량 사용할 수 있다.
장수화훼영농조합법인의 경우 슈팅스타, 옐로우바베, 아이스브레이커 등의 외국산 품종등을 주로 재배하는데 2농장에서만 연간 2,000만원 정도를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국산 품종인 피스도 한때 재배했으나 현재는 재배하지 않고 있다.
장수화훼의 1농장(8,640평)과 2농장(4,000평)에서 연간 생산되는 장미는 500~600만 본으로, 이에 따른 소득액(조수익)은 약 15억원에 이른다.
수확량의 85%는 수출길에 오르는데 일본에 95%가 수출되며, 나머지 5%는 러시아로 간다. 내수는 15%가량으로 화훼공판장을 통해 유통된다.

■ 전북도농업기술원, 내년에 국산 신품종 출시
장미의 국내 재배면적과 생산액은 각각 418ha, 907억원으로 절화류 중 비중이 가장 큰 작목이다. 특히 전라북도는 로즈피아와 임실장미영농조합법인을 주축으로 우리나라 장미 수출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장미 재배농가의 대부분은 외국 품종을 재배하는데 따른 주당 1,400원 정도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어 상당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은 국내․외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장미 신품종 개발을 목표로 2010년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다양한 형질을 갖는 개체를 얻기 위해 6,000~7,000개에 이르는 꽃을 인공 수정시켜 여기에서 얻어진 개체로부터 300계통을 1차 선발하고, 2~3차 특성검정을 통해 선발한 4계통에 대한 생산력 검정을 추진 중에 있다. 농업기술원은 1년 동안 시장성과 절화 생산성을 조사한 뒤, 내년에 전북 1호 장미 신품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농업기술원은 또 수출 장미의 상품성 향상을 위한 고온기 차광방법과 절곡방법, 생육단계별 적정 양액비료 농도 등 재배기술들을 개발해 농가 현장 컨설팅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육성 장미 품종에 대한 양액 재배기술 개발과 보급, 홍보를 통해 농가보급을 확대함으로서 로열티 경감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우수품종 개발은 직접적인 로열티 경감효과 뿐만 아니라 도입품종에 대한 로열티 및 종묘비를 낮추게 하는 간접적인 효과도 있어 농가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문관기자․mk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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