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가 아닌 곳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감내해야 한다. 주산지의 경우 해당 지자체나 농협 등에서 충분한 기술지원 및 시설지원을 받을 수 있고, 판로도 손쉽게 확보된다. 반면 생뚱맞은 작목을 심게 되면 각종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재배법부터 판로까지 본인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김제시 공덕면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문성욱(46)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는 쌀농사 위주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고설식 수경재배로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FTA가 체결돼도 큰 영향이 없는 데다 장래성도 있을 것 같아서 2010년 딸기재배를 시작했다.
주산지가 아니다보니 도내 딸기 주산지인 고산이나 삼례 등과 비교해 외부적인 지원도 없고, 포장상자도 ‘완주딸기’ 상자를 사용하고 있다. 물도 지하수의 염분 성분 때문에 상수도를 사용하는 등 어려운 조건이지만 그의 딸기농사 도전은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문성욱씨. 향후 5년내에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당찬 포부의 문성욱씨를 만나봤다.

■ 남들이 많이 재배하지 않는 딸기에 관심
문성욱씨는 김제 공덕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한때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결국 가업을 잇기로 하고, 20여년 전부터 농사에만 매진하고 있다.
그 역시 주변의 많은 농민들처럼 벼농사 위주의 수도작을 해 왔지만, 그러면서도 꾸준히 수도작에서 벗어날 궁리를 꾸준히 해 왔다.
7~8년전에는 새싹채소에 관심을 갖고 메밀 새싹 재배에 나서기도 했다. 지금이야 새싹채소가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하기만 한 새싹채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재배기술도 까다로웠다. 그만큼 시장도 형성되지 않았던 터. 결국 2년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딸기였다. 저온성작물이라 난방비가 많이 들지 않고, 또 남들이 많이 재배하지 않는 작목이라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다.
사실 김제에서 딸기는 생소한 작물이었다. 더구나 ‘고설식’ 재배는 문씨가 처음이었다.
2010년 현재의 연동식 시설하우스 4동(800평)을 임대해 모종을 정식했다. 하지만 경험도 없이 시작한 딸기농사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이런 그에게 큰 힘이 되어준 것은 바로 ‘전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우들이었다.
그는 딸기농사 시작에 앞서 농업마이스터대학에 입학해 도내에서 내로라하는 딸기박사들과 교우를 쌓았다. 그들이 직접 하우스를 찾아 상태를 봐주고 모니터링을 해 주었다. 26명의 동기들 가운데 거의 전부가 최소 1번 이상씩은 문씨의 하우스를 방문했다.
그들의 도움 덕분에 큰 성공작은 아니었지만 첫해 1억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문씨는 또한 농업마이스터대학에 입학하면서 주변의 딸기농사 희망자들을 모아 ‘찰뫼산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5명이 참여해 문씨를 포함한 2명은 이미 농사를 시작했고, 다른 3명은 올해 정식을 할 예정이다.

■ 인건비 줄이고 모종 직접 생산, 소득 40% 증가 예상
문씨는 첫해의 사례를 거울삼아 올해는 모든 조건이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첫해에는 경험부족으로 작업 적기를 놓치면서 인건비가 많이 들었으나 올해에는 별도의 인력지원 없이도 부부간에 거의 전 작업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다.
또 딸기농사의 가장 주요한 부분으로 일컬어지는 모종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작년에도 그는 모종 9만주를 직접 생산했으나 태풍으로 하우스 비닐이 벗겨지면서 단 한주도 건지지 못하고 폐사하고 말았다. 주당 400원씩으로 계산해 3,600만원이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올해에는 그의 하우스에 필요한 만큼의 분량인 3만주만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작년보다 40%가량 증가한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우스도 크게 확장한다.
인근에 시설하우스 1,500평을 신축해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새로짓는 하우스에 체험장과 가공장 등을 만들어 체험객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제시가 운영하는 지평선명품사업단에 소액주주로 참여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차 산업과 연계한 체험 및 가공, 유통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새 하우스의 베드 높이를 기존보다 높게 만들어 눈높이까지 맞출 계획이다. 작업의 피로도를 줄이고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의 꿈은 벌써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 그는 공덕딸기가 앞으로 10년 내에 도내 딸기 주산지인 삼례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례는 토경재배가 대부분인데다 공덕이 일조량에서 크게 앞서 조건이 낫다고 보고 있다. 딸기재배 농가가 20농가만 모여지면 바로 중국시장에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 각종 교육·견학 등 끊임없이 도전하고 꾸준히 준비
그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꾸준히 준비해 왔다.
농사를 짓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1994년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됐다. 이후 김제시가 운영하는 지평선대학, 전북도가 운영하는 전북농업마이스터대학 등을 수료했으며, 네덜란드를 견학차 두 번이나 다녀왔다. 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는 학생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농업전문교육인 ‘PTC(Practical Training Center)교육’을 받기도 했다. 몇 개월씩 일본을 혼자 다니며 선진농업 현장을 둘러보는가 하면 국내 딸기 주산지들을 다니며 선진농법 익히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농업은 과학’이라고 말하는 그의 하우스 한켠 칠판에는 그의 농업에 대한 신념이 적혀 있다. ‘과학적 접근, 검증된 기술, 기본에 충실’이다.
그만큼 농업에 대한 자신감도 충만하다.
그는 농장의 규모를 더 키워서 ‘가족농’으로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의 생각처럼 그의 곁에는 아내 김선미씨가 늘 함께하고 있다. 아내 김씨도 농어민후계자다. 남편이 처음 만나 물었던 “농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말한게 인연이 되어 결혼했다.
이들 부부에 이어 딸 수빈이는 유력한 후계농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수빈이는 오빠나 여동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농사에 관심이 많다. 방학이나 휴일에는 아예 아빠·엄마와 함께 하우스로 같이 출근한다. 부부는 수빈이가 대학에 입학할 때 네덜란드와 같은 농업선진국에 유학시켜 정식 ‘후계농’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부부는 대다수 귀농인들이 조급성에 갇혀 소득에만 관심을 두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꾸준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가꾸면 돈은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문씨는 “농업도 과거와 같이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교육을 통해 긍정적 마인드를 갖게 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맺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소문관기자·mk7962@

■ [별도박스] 도내 딸기 고설재배 25ha에 불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의 약 70% 가량은 종자를 외국에서 들여와 재배하고 있다. 심지어 청양고추처럼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작물조차도 외국에서 종자를 수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가 외국종자를 들여오면서 지불하는 로열티만 해도 연간 2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나라 종자를 개발해 종자 국산화에 성공한 작물도 있다. 바로 딸기가 대표적인 품종으로, 딸기 종자의 국산화율은 93%에 이른다.
딸기는 2005년까지만 해도 국산 종자 비율이 5%를 밑돌았다. 하지만 ‘매향’, ‘설향’ 등의 국산 품종이 육성·보급되면서 국산 종자의 보급률이 급속히 높아지기 시작해 올해는 국산종자의 보급률이 93%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설향’은 국내 종자시장 점유율이 92%에 이를 정도로 농가의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설향’은 열매가 크고 다수성이며,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다. 또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 겨울철 시설하우스 재배용으로 적합하다.
딸기는 또 과거에는 직접 땅에 재배해 일이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작물로 꼽혔다. 기존의 딸기농사는 대부분 땅에서 직접 재배하는 ‘토경재배’가 일반적이었다. 토경재배는 모종 정식과 수확 등 수많은 농작업을 허리를 구부린 채 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같은 땅에서 계속 딸기를 재배하게 되면 연작장해로 인해 품질이 떨어진다.
반면 최근 재배법이 확산되고 있는 고설식 재배는 땅에서 일정한 높이에 베드를 설치해 서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때문에 노동력이 50~60%가량 줄어드는 것은 물론 생산량도 30%가량 증가하게 된다. 양액을 통해 물과 영양분을 제공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시설비가 3.3㎡(1평)당 10~11만원에 이르는 것이 단점이지만 3~4년이면 충분히 시설비를 회수할 수 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도내 딸기 재배면적은 514ha로, 전국 대비 9%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도내 고설재배 면적은 총 25ha로,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