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대 말 전주 북중학교에 다니던 이종성(68) 현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담임교사가 불렀다.

“수업료를 내지 않았으니 학교를 다닐 수 없다”고 말한 담임교사는 곧바로 교무 주임에게까지 이 회장을 데려갔다. 교무주임은 아버지를 모셔오도록 했다.

당시 아버지께서 실직해 가뜩이나 어려운 집안 사정이 더욱 팍팍한 상황이었다. 학교에 온 아버지에게 교무주임은 “종성이가 수업료를 내지 못하니 직장을 구할 때까지 1년 동안 쉬게 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휴학을 하고 함께 학교를 나서던 아버지는 이 회장에게 “내가 못 배워 너라도 잘 가르치려 했지만 여의치 않구나”라며 미안해하셨다.

당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살림이 넉넉한 다른 동창들은 위아래 검정교복에 교모, 목이 있는 ‘된장구두’를 신고 멋진 책가방까지 들고 다녔지만 이 회장은 전주 남부시장 고물상 군대 물품 판매점에서 구한 옷감으로 만든 허름한 교복을 입었고 책보를 가지고 다녔다.

초등학교에서 성적 상위권을 놓치지 않던 이 회장에게 옷차림부터 다른 중학교 생활은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다 학교까지 휴학을 하게 됐으니 가난에 대한 그의 서러움은 더욱 컸다.

성인이 돼서도 1년 학교 후배가 자신에게는 말을 놓으면서 동창들에게는 ‘형님’, ‘선배’라고 할 때 중학교 시절 그 아픔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부터 그는 언젠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6일 불우이웃을 돕는 ‘사랑의 열매’의 도내 제 8대 회장이 됐다.

-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을 말씀해 달라.
▲ 우선 축하해 주고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선임 회장님들과 전북 모금회 직원들이 우리지역의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회장직이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 직책이라고 생각했기에 과연 잘 할수 있을 까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창립초기 공동 모금회 배분분과에서 일을 하고 운영위원회 활동을 한 경험이 있고 과거 어렸을 적 힘들었던 기억이 있기에 결국 회장직이라는 자리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만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직을 수락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도는 고령층의 인구비율이 높고 경제활동 인구에 비해 복지소외계층들이 많습니다. 또 그만큼 모금과 배분사업을 펼치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이웃사랑 실천에 더욱 앞장섰던 도민들의 희망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역량으로 최선을 다해 모금회를 돕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향후 회장으로서 어떤 부분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것인지.
▲전라북도는 타 시도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이어서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높은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기엔 복지사각지대 등의 해결할 힘든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재임기간 동안 전북의 복지사각지대를 줄이는데 역점을 두려 합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부양의무자가 있어 실질적으로 혼자 외롭게 사시는 독거노인 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사랑의 열매에서 난방비나 김장김치, 이불 등 월동물품을 지원한다든지 조손가정과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방과 후 아동들을 보호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야간아동보호사업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등 복지사각지대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입니다.
아울러 앞으로도 공동모금회는 지역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며 고루 잘 사는 전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 나갈 것입니다.

-무분별한 불우이웃 돕기 보다는 지역 색에 맞는 기금 배분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전북공동모금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전북 사랑의열매에서는 지역적 특색과 사회복지현장의 욕구를 반영하는 한편 소규모 취약기관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이 보내준 소중한 성금은 배분현장에 과장급 이상 실무자들로 구성된 평가지원단과 사회복지학과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배분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원이 됩니다.
전라북도에서는 모금된 성금과 중앙공동모금회의 추가 지원금을 합해 연간 104억원 가량의 성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년도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생계비, 의료비 등 개인지원으로 2만 1417세대에 44억을, 사회복지기관·단체에 60억을 지원했습니다.
지원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로 저소득층 생계비, 의료비 및 다문화가정 모국방문지원, 이동복지 차량구입 등에 50억 1000만원이 지급됐고 두번재로 지역아동센터와 아동청소년 야간보호사업 지원 등을 위한 아동청소년 분야에 27억원이 지원됐습니다.
또 거동불편 노인 실버카지원, 독거노인 건강지원(밑반찬, 영양식등) 등을 위한 노인분야에 17억원, 시각장애인 정보화교육, 중증장애아동 사회적응훈련(은행 및 마트 이용하기, 영화관람) 등을 위한 장애인분야에 9억 8000만원의 이웃사랑 이 이뤄졌습니다.
모든 성금의 사용내역은 본회 홈페이지에 자세히 게재되어 있고요. 내가 낸 기부금의 사용내역은 기부자피드백 서비스를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3년 전 까지만 해도 모금액수가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다가 요즘 다시 주춤하면서 불우이웃을 돕는 마음이 사그라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경기불황과 양극화 심화 등 해마다 어려운 모금 여건 속에서도 모금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전북의 전반적인 모금 수준은 우수한 편입니다. 최근 3년간 모금액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우리 도민들은 어렵게 살지만 다른지역에 비해 인정이 더 많은 것을 느낍니다.
지난 캠페인 실적에서도 39억 모금 목표에 42억 이상을 모금해 109% 목표 초과 달성을 했는데요. 이는 행정조직이나 기업 규모 등을 감안해 타 시도와 견주어 볼 때 매우 우수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사랑의열매에서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전국적으로 현재 110여명이 가입하셔서 우리사회 나눔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만, 안타깝께도 전라북도의 경우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자가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전북에는 1000만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나눔리더스클럽’ 회원이 20명 정도 있습니다. 개인소액기부자의 모금 참여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을 걸 보면 기부 문화가 확산될 잠재력은 그 어느 지역보다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을 위한 봉사와 나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
▲봉사와 나눔은 우리가 더 행복해지기 위한 착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봉사와 나눔에 대한 마음은 있는데도 어느 곳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시는 것 같습니다. 또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부담 때문에도 어려워 하시는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희 모금회를 통해서도 1000원, 2000원씩 꾸준히 정기기부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나눔을 나와 이웃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한 착한 투자라고 생각하신다면 봉사와 나눔을 더욱 즐거운 마음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나눔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행복이라고 하였습니다. 보통 소외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연말연시에 집중된 경향이 있는데요. 일상적이고 정기적인 나눔활동과 실천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믿습니다.
도민여러분께서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정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한번쯤 돌아보시고 또 가까운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나눔을 실천하는 등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북 사랑의 열매에서도 도민여러분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이 도움이 절실한 곳에 소중히 쓰일 수 있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언론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시고 계시는데 연말 한시적인 도움이 아닌 한해 내내 도움을 주셔서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지역사회에 자리잡을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말아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끝-

이 종 성 회장 프로필
▲1963 전주고등학교졸업
▲1967 중앙대학교졸업(심리학)
▲1969 예비역 육군중위(ROTC5기)
▲1969 서해방송
▲1974 전주문화방송 보도국
▲1997 전주영상축전(CIMA)사무국장-사회봉사
▲2000 전주비전대학 겸임교수
▲2000 전주문화방송 보도국장
▲2002 금강방송(주) 대표이사(현)
▲2005 전주게임엑스포 조직위원장
▲2006 전라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운영위원
- 익산상공회의소 상임의원(현)
▲2011 한국케이블TV 방송협회 호남지역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협의회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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