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탄소섬유산업 ‘길을 잃다’
탄소섬유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전북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도내 정치권과 지자체의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한 사이 후발주자인 대구가 ‘슈퍼섬유’를 앞세워 막대한 사업비를 챙기면서 전북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구심점이 되어야 할 전북도는 지자체를 견인하기는 커녕 견제하다가 사업아이템 발굴을 놓치는 등 ‘닭 쫓던 개’ 신세로 전락시킨 주범이 되고 있다.
‘탄소섬유의 메카’라는 지역적 상징성과는 달리 갈수록 외면당하고 등한시되고 있는 우리 지역 탄소섬유 산업의 현주소와 탄소섬유밸리 구축사업 등의 성공적 조성을 위한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집중 진단한다.

<상>-현황 및 문제점
전북도와 전주시는 전북지역을 ‘꿈을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의 원천기술을 개발해나갈 국내 탄소소재 산업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특히 전주를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 항공 등 국내 미래성장 4대 사업의 핵심소재인 탄소섬유와 관련해서는 국가전략산업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에 찬 의지를 다지고 있다. 탄소섬유 산업은 전주시가 지난 2003년 전주기계산업리서치센터를 모태로 지난 2006년 전국에선 가장 먼저 탄소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도내 탄소섬유 산업의 현주소는 전북도와 전주시 등이 자랑하고, 자신할 만큼 그리 탄탄대로를 걷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탄소섬유 산업의 중심지역이라는 입지가 타지역 지자체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밀려 먼저 시작하고도 뒤쳐지고 있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대구광역시의 ‘슈퍼섬유산업’이다. 대구시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 중인 슈퍼섬유산업은 기존 의류용 섬유제품 생산에 집중됐던 지역섬유산업을 산업용 섬유와 융합해 말 그대로 ‘슈퍼화’했다. 표면상으로는 고기능성, 고내열성을 지닌 슈퍼섬유를 이용해 특수복이나 보호방화복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동차운수송제품, 방재기능강화 제품 등 전북이 추진하는 탄소섬유 개발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나아가 ‘슈퍼’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북이 개발 중인 탄소기술에 더 많은 기술력을 얹어 산업용 섬유개발의 영역을 더욱 확대했다. 그러면서 대구는 작년 8월 ‘슈퍼소재 융합제품산업화 사업’을 앞세워 불과 10개월만인 지난 5월 국비(882억원)와 지방비(166억원), 민간자본(356억원) 등을 포함해 14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확보했다. 반면 전북은 탄소섬유기반구축사업비로 122억원(국비98억원, 도비 4억원, 시비20억원), 고기능복합섬유원천소재기반구축사업비로 167억원(국비 100억원, 도비32억원, 시비 35억원 ) 등 총 277억원을 타냈을 따름이다. 특히 탄소섬유산업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초사업비의 경우 도비는 고작 4억원을 지원받은 게 전부였다.
반면 대구광역시의 경우 슈퍼섬유산업을 추진하면서 한국산업섬유산업연합회와 손을 잡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국회에서 신섬유 연구개발 관련 토론회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주목할 대목은 지역 국회의원이 적극 나서서 관련 법안을 입법 발의하는 했다는 점. 대구를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자신의 지역산업을 현실화하기 ‘지식개발 신섬유개발촉진법안’까지 입법 발의해 사실상 ‘섬유산업의 주인’이라는 상징적 입지를 확고히 했다.
대구가 이처럼 앞서 나가는 사이 전북도는 뚜렷한 후속사업 발굴을 못했고, 실질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데 지자체와 연구기관을 추인하는 역할조차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도 ‘주인’자리를 위협받는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도내 탄소섬유 산업 관련 한 관계자는 “탄소섬유 산업은 전북이 가장 먼저 추진한 전략산업이었고, 이를 통해 도로위의 그린 혁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하지만 대구 등이 막대한 정치력을 앞세워 우리 지역의 전략산업인 탄소섬유에 앞선 산업을 개발·발전시켜나가고 있어서 좀 더 많은 힘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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