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크게 인상됨에 따라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도내 기업들이 수백·수천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 폭탄’에 휘청이고 있다.
특히 도내 대표업종인 철강과 제지,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면서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5일 본지가 단독입수·분석한 도내 10개 대표기업이 연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무려 171억원. 작년 한 해 동안 이들 기업들은 모두 2633억원의 전기요금을 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6.5% 인상되면서 올 하반기에만 85억원을 더 추가로 내야하고, 내년에 부담해야할 전기요금만 28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전기요금을 낸 철강제조업체인 세아베스틸(900억원)은 연간 58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이어 전주페이퍼(556억원)도 36억원을 더 내야 한다. 또 동양제철화학(389억원)과 현대자동차(161억원), 휴비스 전주공장(155억원) 등도 20억원 안팎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등 요금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갑작스럽게 오른 전기요금 탓에 올해 예상치인 영업이익 달성에 사실상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기 이후 감소했던 수출물량이 간신히 늘어나는 추세에서 수출금액은 같은 데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인해 원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제품생산에 있어 전기사용 의존도가 매우 높은 A기업 관계자는 “연말연초에 수출물량이 급격히 줄어서 어려움이 컸고,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원화가치 하락에 원가부담까지 커져서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지금도 어려운데 내년에 또 올린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B기업 관계자는 “올 한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 요금까지 올라 일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업종상 전기를 많이 써야 하는 데 수십억원을 추가로 더 내야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전기에 이어 도시가스 요금(7.9%)도 오르는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하반기 기업들은 물론 서민가계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공공요금이 오르게 되면 물가도 인상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기업과 서민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 고충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또 금리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어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 또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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