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편익과 비용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기대되는 이득인 편익과 그 행위에 수반되어 지불되는 대가인 비용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어떤 행위를 하느냐 마느냐는 그 행위로부터 얻는 편익이 그에 투입되는 비용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혜택과 비용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요즘 온통 세상이 권력이나 공직자 부패로 떠들썩하다. 이들은 수뢰 혹은 횡령으로 자신의 사적 욕심을 채운다. 전직 대통령이 부패혐의와 연관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스캔들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런가 하면 지역 내에서도 부패는 꼬리를 문다. 시장군수에 고급관료들 여기에 지방의원들까지 가세해 부패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한술 더 떠 어떤 공무원들은 사회 취약계층에게 주라는 복지예산을 중간에서 떼어 사복을 채웠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부패 행위 역시 경제학자들에게는 경제 행위다. 비용과 편익을 따져 선택을 한 결과가 부패인 것이다. 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독점적 재량권을 보유한 권세가나 공직자 개인 효용을 극대화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게 바로 부패다. 뇌물을 받는 행위의 비용 보다는 편익이 많기 때문에 수뢰를 하고 이권을 넘긴 셈이다. 우리 사회의 권세가와 공직자들은 나름대로 경제적 합리주의에 입각해 돈을 받은 것이니 마냥 그들만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물론 부패는 동서고금 언제 어디서나 벌어지는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는 부패의 토양이 만들어져 있었다. 조선조 때만 하더라도 감영이나 군현의 수장이나 아전들에게 일정한 봉록이 없었다고 한다. 알아서 살라는 식이니 그 이후의 상황은 미루어 짐작하고 남는다. 영국에서도 17-18세기 왕실과 귀족, 상인들이 후원자-고객관계로 굳게 뭉쳤다. 이들은 이권과 돈을 마주 바꾸면서 태평성대를 누렸다.
이렇게 뿌리 깊고 어떤 면에서 영리한 부패 구조는 그래서 오늘날에도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뇌물을 받는 개인은 이익이 될지 몰라도 사회 전체로 보면 큰 손실이 난다. 시장구조가 왜곡되고 더해지는 기업의 원가는 곧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선량한 기업가들은 억울하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는다. 검은 돈이 좋은 데 쓰일 리 없다. 그래서 돈의 흐름마저 일그러지게 만든다. 사회 기강을 흩트리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선량한 사람들은 절망하고 나쁜 사람들은 희희낙락하는 비극이 펼쳐진다.
그 해악에 비해 이를 막는 수단은 빈약하다. 이론적으로 부패로 인한 편익을 줄이고 비용을 늘리면 된다. 이를 시행하는 수단이 바로 유인 즉 인센티브와 제재 즉 디스인센티브다. 부패행위를 한 당사자가 엄청난 손해를 입게 하자는 것이다. 부패행위를 안하는 데 따른 이익을 늘리고 부패에 따른 징벌을 무겁게 하는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제도적 강화는 별 효과가 없었다. 자주 보는 경제학 이론의 한계다. 제도 자체는 하나의 형식일 뿐이다. 이를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다 한 울타리 안 사람인 터라 아무리 제도를 잘 갖춰 놓은들 실효가 없는 것이다. 웬만한 부패행위는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재수 없어 교도소에 가더라도 나오면 먹고 사는 데 불편이 없다. 부패의 촘촘한 망은 질기고 견고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패가 어디까지나 일부의 일인 만큼 지나친 걱정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몇몇이 우리 사회를 온통 흔들어 놓는다. 나아가 부패구조를 공고히 한다. 어떻게 하면 부패행위를 좀 더 줄일 수 있는지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가장 원론적 답변은 권세가나 공직자들이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재무장하라는 요구인데 전례에 비춰 기대난이다. 부패한 권세가나 공직자들이 다산의 ‘목민심서’를 백번 베껴 쓴들 그들이 마음을 고쳐먹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재로서 가능한 방법은 무겁게 처벌하는 방법뿐이다. 감시를 더 철저히 하고 적발되면 다시는 이 사회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벌을 강하게 주어야 한다. 막고 품는 식이다. 큰 효과가 없다지만 이마저도 안하면 우리 사회는 말 그대로 ‘부패 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도 경제학이론이 할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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