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를 열망하며

백종만(전북대 교수)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불꽃처럼 살아온 우리 사회의 바보를 보냈습니다.
지역주의의 타파, 균형발전, 분권을 통해 온 국민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그의 이상이 올바른 시대정신이었는가는 구태여 따지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그를 스스로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며,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국가 균형발전, 서민이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보고자 불꽃처럼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성실하고 정직한 정치인으로 기억하고자 합니다.

지난 5월 23일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증거라도 보여주겠다”고 공언한 한 정치인 바보 노무현은 이 세상을 하직하였습니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느냐는 그의 말처럼 그의 죽음은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 속에 강렬한 하나의 생명으로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진실한 태도 살아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잉태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세계의 부패 고리 속에서 완벽한 단절을 이루지 못함을 자책하고, 자신을 버리라고 외쳤던 인간 노무현의 고뇌와 순수성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시대의 과제를 생각해봅니다. 여러 사람들이 소통과 화합을 이야기 합니다. 소통은 민주주의를 화합은 지역주의 타파, 양극화의 타파, 중앙과 지역의 균형발전 등을 내포하는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국민 구성원들이 소통과 화합을 통하여 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를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 우리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시대적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극단적인 대립과 집권층과 국민과의 의사소통의 단절은 우리의 민주주의적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의 알맹이를 채우고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국민과 함께 의지와 지혜를 모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립이 심화되고 소통이 단절된 현실을 직시하면서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하여 깃발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 80년대까지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행동은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길거리에서 벌어졌습니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꽃 피운 지난 시대를 넘어서서 참된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행동은 사회와 정치무대의 한복판에서, 그리고 국민의 일상생활의 과정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민주주의란 문자 그대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 20여년의 역사는 주인이 머슴처럼 취급받고 국민의 공복에 불과한 사람들이 주인 위에 군림하는 시대착오적인 현상을 개혁하기 위한 역사였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스스로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인간성의 존엄이 실현되고 인권보장을 으뜸의 가치로 삼는 정치이념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비인도적, 반인권적 권력에 맞서 싸우면서 자유롭게 말하고 평화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자 노력하였고 일정한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러나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온전하게 확보하는 과제와 사회권을 인권의 중심축의 하나로 만드는 일은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세계자본주의체제에서 지금 우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수 많은 사회문제, 인권문제, 복지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제 바보 노무현의 죽음을 승화하고 화합과 소통의 정치를 재 작동하여 민주주의와 인권이 꽃피는 새로운 사회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우리사회의 소수자와 서민 대중들의 삶에 대한 무관심은 시민으로서의 신성한 의무를 방기하는 태도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는데 조그만 밑거름이 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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