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친구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신 뒤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적발된 백모(45)씨. 측정결과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83%였고 법원은 백씨에게 보호관찰과 함께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수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한 전과가 있기 때문에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집행유예가 없어지고 실형을 살게되는 상황.

백씨는 전주 보호관찰소에 신고하고 전주 소재 노인복지시설에서 사회봉사 명령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귀찮고 법을 어겨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설 노인들을 만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19살 때 잃은 부모님 생각이 나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심지어는 아침 일찍부터 시설에 나와 노인들 수발을 들었다.

그러던 중 80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의무봉사활동 시간을 마치던 날 백씨는 매달 2만원씩 시설에 후원키로 약정했다. 아내와 다섯 남매를 부양해야하는 그에게는 부담스런 금액이었지만 어르신들에게 “자주 찾아뵙겠다”는 말을 했다.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각종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이들이 의무시간을 마치고도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억지’봉사에서 ‘자청’봉사활동으로 바뀌는 사례가 잇따라 감동을 주고 있다.

백씨외에도 보호관찰과 함께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다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오모(48)씨의 사례도 있다.

오씨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면서 부모님을 대하듯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목욕, 식사, 거동보조 등의 일을 했고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명령을 이행해 다른 대상자들의 모범이 됐다.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마친 이후에도 계속해서 오씨는 봉사명령을 이행했던 노인요양시설에 수시로 들러 어르신들에게 인사드리고 남자의 손길이 필요한 시설 보수일을 도맡아 처리해 주기까지 한다.

또한 그는 다른 3명에게 정기 후원을 권유해 연결해 주는 등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관찰소 관계자는 “남이 시켜서 하는 봉사활동보다 그들이 원해서 하는 봉사활동이야 참 의미의 봉사가 아닐까 한다”며 “그런 분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관찰업무를 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보호관찰소 집계로 지난해 1300여명 중 100여명 정도가 자원봉사로 전환했으며, 일부 보호관찰소에 알려지지 않고 익명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 까지 포함하면 매년 10명중 1명 꼴로 이 같은 선의의 천사로 변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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