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중흥의 땅 익산을 새롭게 조명하자.

조법종 (우석대 사회교육(역사)학과 교수)

지난 1월 19일 익산 미륵사지에서는 미륵사지 서탑(국보 11호)을 해체 보수하는 과정에서 석탑 1층 중심기둥 윗면 중앙에서 사리공(舍利孔)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백제 왕실의 안녕을 위해 무왕 왕후가 조성한 사리장엄구가 발견되었음이 공식 보도되었다. 사리공에서는 사리를 담은 금제 사리호(舍利壺)와 석탑 조성 내력을 적은 금판인 금제 사리봉안기(舍利奉安記), 백제 특유의 머리꽂이 장식인 은제 관식(冠飾) 등 각종 유물 500여 점이 수습됐다.
이들 유물 가운데 세인의 관심을 모은 가장 중요한 유물은 미륵사 석탑 자체는 물론이고 미륵사라는 사찰 창건 내력을 증언하는 가장 중요한 유물인 금제 사리봉안기였다. 가로 15.5㎝, 세로 10.5㎝ 크기의 금판(金板)을 이용해 글자를 음각(陰刻)하고 주칠(朱漆)로 씌여진 내용은 앞면과 뒷면에서 모두 확인됐다. 앞면에는 1행 9글자씩 모두 11행에 걸쳐 99자를 새겼으며 뒷면에도 11행에 걸쳐 모두 94글자가 적혀있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서탑 해체과정에서 백제역사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이 같은 기록이 출현할 것을 기대하며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가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을 했고 그 결과 결혼에까지 이르게 됐다는 내용의 삼국유사 ‘서동요’ 등 관련 기록을 확인하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학계와 지역사회는 발견된 기록 내용에 적지않이 실망한 느낌이었다. 막상 이번에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금제 사리봉안기에서는 무왕의 아내를 신라 선화공주가 아닌 백제 좌평의 딸로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我百濟王后 佐平沙宅積德女 / 우리 백제의 왕후 좌평벼슬의 사택적덕의 女(딸은) ”이라고 사리봉안기에 표현되어 있어 선화공주관련 기록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판독자에 따라 “백제 왕후와 사택적덕의 따님”으로 읽을 수도 있어 그 정확한 해석은 좀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미륵사에는 중앙의 목탑과 동쪽에 서탑과 같은 석탑이 또 있었기 때문에 서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 관련 기록만으로 모든 것을 해명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록에 모든 것을 의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즉, 가장 중요한 탑은 중앙의 목탑이었고 관련유물에서 많은 백제귀족들이 힘을 모아 탑 건축에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3개탑에 당시 백제의 모든 왕족, 귀족들이 참여하였고 역할이 분담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사리봉안기 발견을 통해 백제 무왕 재위 시절에 창건된 것으로만 알려진 미륵사는 639년 전후라는 정확한 창건 시기도 알게 됐다. 금제 사리봉안기는 백제 왕후가 기해년(639년)에 미륵사 서측에 위치한 석탑을 세웠다고 기록하고 있어 중앙에 자리 잡은 목탑 등 미륵사의 창건 시기를 639년 전후로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1970년 일본 교토대 교수인 마키타 다이료가 발견한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중국 남북조시대 관세음보살이 일으킨 신이한 사건을 모은 기록)에 나타난 백제 익산천도설을 적극 확인 시켜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일본에서 발견된 이 기록 가운데 백제사례로서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되는 기록이 있었다.
“백제 무광왕(武廣王·무왕)이 지모밀지(枳慕密地·익산)로 천도해 사찰을 만들었는데, 그때가 639년이었다.” 이 기록은 미륵사 서탑을 세운 연대와 일치하고 있어 익산지역이 갖고 ‘천도’와 관련된 기록의 역사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왕궁리 5층탑에서 1965년 발견된 사리장치기 등 유물의 내용과 기록 및 이번 발굴유물의 연관성 등이 확인되고 있어 이 같은 역사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전라북도와 익산시 및 관련 기관과 학계에서는 이번 발굴의 의미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작업에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같은 체계화된 연구와 성과가 축적된 위에서 세계문화유산논의와 박물관건립논의 및 후속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 지역학계의 역할과 노력이 이번 발굴과 관련되어 강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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