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긍정적인 정서만으로도(원한식)

긍정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대학교 졸업사진앨범은 금광 같은 귀중한 자료라고 합니다. 졸업사진앨범에서 웃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그들의 결혼이나 생활만족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면 “여길 보고 웃으세요.”라는 사진사의 말에 따라 누구나 으레 가장 멋진 지으려고 애쓰지만, 미소 짓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개중에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환하게 미소 짓는 사람도 있지만, 태반은 점잖은 표정을 짓는 게 고작입니다.
미소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짜 웃음인데, 이 미소를 처음 발견한 기욤 뒤셴(Guillaume Duchenne)의 이름을 따서 ‘뒤셴 미소’아고 합니다. 이 미소를 띨 때면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눈 꼬리에 까마귀나 매 발 같은 주름살이 생기는데, 이때 눈 주위나 광대뼈 부근의 근육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뒤셴 미소의 특징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가짜 웃음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팬 아메리칸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해서 지은 미소에 빗대 ‘팬 아메리칸 미소’라고 부르는데, 팬 아메리칸 미소는 행복한 웃음이라기보다는 공포에 질린 동물의 표정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합니다.
경험 많은 심리학자들은 한 번만 보고도 여러 개의 사진들 가운데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가려낼 수가 있는데,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의 켈트너(Dacher Keltner)와 하커(LeeAnn Harker) 교수가 밀스대학의 1960년도 졸업생 14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습니다. 졸업앨범에서는 3명을 제외한 모든 여학생들이 웃고 있었고, 그 가운데 절반가량이 뒤셴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이 여학생들이 27살, 43살, 52살이 될 때마다 이들의 결혼이나 생활만족도를 조사한 것입니다. 1990년 전임자한테 이 연구를 이어받은 켈트너와 하커 교수는 졸업사진 속의 미소만으로 그들의 결혼생활을 예측할 수 있을지 궁금해 했는데, 놀랍게도 졸업사진에서 뒤셴 미소를 짓고 있던 학생들은 대개 30년 동안 행복한 결혼생활과 건강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켈트너와 하커 교수는 이런 결과를 검토하다가, 웃음을 짓고 있는 여성들이 더 아름다워 보이게 마련이므로 미소 자체의 진실성보다 미모가 생활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두 교수는 졸업앨범에 있는 여학생들의 미모와 결혼생활이나 생활만족도의 관계를 살펴보았는데,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진짜 웃음을 짓는 여성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재확인한 겁니다.
한순간의 긍정적 정서가 드러나 있는 사진 하나만으로도 결혼생활과 생활만족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겁니다. 참으로 놀랍고 재미있는 사실이지요. 긍정심리학자들이 긍정적인 정서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긍정적인 정서는 시련이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굳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며,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정신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준다는 겁니다.
긍정적인 정서는 우리의 지적 · 신체적 · 사회적 자산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형성해 위기에 처할 때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활용하게 합니다. 긍정적인 정서가 넘칠 때 사람들 사이의 우정, 애정, 연대감이 더 돈독해지고, 인내심과 창의력도 더 커져 새로운 사상과 낯선 경험에도 마음을 열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장차관 국정워크숍에서 긍정적인 정서 가운데 전염성 가장 높다고 하는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려 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 때일수록 우리의 자세와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해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실천한다면, 그 희망은 현실로 다가온다는 겁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최대 경제위기로 모두가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용산참사와 강호순 사건 같은 끔찍한 일들을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마음이 오죽했으면 그런 당부를 했을까 하면서, 이 대통령의 마음부터 긍정 바이러스로 가득 차 온 장차관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퍼지기를 바라는 아침입니다.
한순간의 긍정적 정서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모두가 긍정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만 하면 위기가 곧 기회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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