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로스쿨을 위한 변명

전북대 법과대학 남준희 교수

해방 후 우리나라 법조인양성제도는 조금씩 변천되어 왔으나,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과정을 수료한 다음 판 검사로 임관되거나 곧바로 변호사로 개업하는 큰 틀의 형태를 유지하여 왔다. 고시에 합격한 예비 법조인들은 사법연수원에 입학한 후 2년 동안 엄격한 실무교육을 통하여 법률전문가로 양성되어 왔는데, 위와 같이 양성된 법조인들이 그 동안 재조와 재야에서 활약하면서 한국의 사법제도를 이끌어 왔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제도는 이른바 '고시'에 합격한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법조의 배타적 독점과 동류의식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으며 소수의 인원만 합격하고 대다수의 수험생은 낙방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됨으로써 소위 '고시 낭인'을 양산하여 국가인력을 낭비하였으며 대학을 고시학원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러한 기존의 법조양성프로그램에 대하여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여 왔는데, 결국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우리나라에 미국식 로스쿨제도를 도입하게 됨으로써 이제 우리 법조인 양성제도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전라북도 거점 국립대학인 전북대학교도 교육인적자원부로 부터 엄격한 심사를 거쳐 로스쿨 설립인가를 받아 2009년 3월 개원을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 입학생이 될 8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데 이어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한 선행학습도 시작하였다. 전북대학교 로스쿨에 합격한 합격생 중 70명이 등록하여 전국 로스쿨 중에서도 아주 높은 등록율을 보였으며 나머지도 1차 추가모집으로 모두 채워짐으로써 전북대 로스쿨의 높은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북대 로스쿨에 합격한 합격생들의 연령은 올해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는 예비졸업생부터 40대 후반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전공분야도 사회학, 철학, 공학, 심리학, 미술사학 등 다양한 학부경력자들로 구성되어 법학이라는 '실학(實學)'을 배우기 전에 실용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학문을 이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의 변천과 더불어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를 법적으로 처리할 능력을 갖춘 능동적이고 인간적인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로스쿨의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런데 전북대 로스쿨 합격생 중 도내 대학 출신은 본교 7명, 원광대 1명 등 8명으로 전체 합격생의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이른바 SKY 대학등 수도권 대학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지역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 전라북도에서 전북대 로스쿨에 1억 4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심의하는 도의회 회의 과정에서도 그러한 지적이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북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대다수가 전라북도에 자리를 잡고 개업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다.
전라북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변변한 대기업체 하나 없는 도내의 열악한 경제여건상 수출입관련 법률자문이나, 인수합병, 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영컨설팅 등 전문법 분야의 수요가 전무하다시피 한 도내 변호사업계는 전적으로 타인간의 분쟁에 관한 소송사건을 주요 업무로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러한 송무시장은 현재에도 포화상태에 놓여 있다.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2년 이후 한해 수십명의 변호사들이 전북지역에 쏟아져 나와 사건유치를 위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면 양질의 법률서비스는 고사하고 기존 변호사들과 이전투구식 경쟁과 그로 인한 법조브로커의 양산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전국에서 모여 든 우수한 인재들이 전북대 로스쿨을 마치고 경향 각지로 진출하여 판.검사 등 재조법조계는 물론 각 정부부처나 공기업, 대기업 등에 취업하여 활약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위하여서라도 전북대 로스쿨과 나아가 전라북도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전북대 로스쿨에 합격생 중에 지역 인재가 많지 않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더욱이 전북대 로스쿨은 동북아법을 특성화하여 향후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법률에 정통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 전북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이 중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이는 향후 전라북도의 장래를 좌우할 새만금사업의 성공을 위하여서라도 중국법과 일본법 등 동북아법 전문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서 전라북도에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전북대 로스쿨에 지역할당제를 도입하자는 시각은 근시안적이라서 생각하며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전북대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전라북도 행정당국과 도민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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