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차대전이후 독립한 국가중 가장 빠른 시간내에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룩하였다. 경제통계 추계가 처음으로 이루어진 1953년 일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67불에서 시작하여 63년 100불, 77년 1000불, 95년 만불을 돌파한데 이어 2007년에는 2만불 시대를 열었다. 한국은 한세대 내에 농경사회에서 정보화사회를 이룩한 유일한 나라로서 모든 개도국들이 부러워하는 발전 모델이 되고있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부친의 고향인 케냐를 방문시 나이로비대학교 연설에서 케냐가 독립당시 한국보다 오히려 잘 살았지만 지금은 한국이 30배이상 잘 살고 있음을 지적하고 한국을 본받을 것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이 일류 선진국으로 발전하기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요원하다. 우리나라는 연간 총근로시간이 2360시간으로 선진 7개국의 평균보다 700여시간이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미화20.4(2006년 기준)불로 OECD평균38불의 54%, 미국의 4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 초과근로형 저생산성경제에 머물고 있는 셈이며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서는 사회 도처에 남아있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창의력을 높여 노동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정치의 후진성도 시급히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금년초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아시아 민주주의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나라 국회에서의 폭력 현장이 표지에 실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03년부터 세계경제포럼(WEF)기준 3년 연속 국가경쟁력 세계1위를 차지한 핀란드는 우리나라에 많은 교훈을 준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자연자원도 없고 강대국에 둘러싸여 스웨덴,러시아등의 외침에 시달리는 등 우리와 유사한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일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을 상회한다. 핀란드가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숙한 의회 제도를 통해 여야의 합의하에 국가적으로 필요한 중장기정책을 효율적으로 수립, 적시에 시행하는데 있다고 본다. 핀란드국회는 1993년 미래위원회를 설립하고 2000년에는 이를 상임위원회로 상설화하여 정부와의 미래대화를 제도화하고 미래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중장기 전망과 함깨 정책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래위원회에서 협의되어 결정된 정책지침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시행된다는 점이다. 미래위원회 위원장은 주로 야당의원이 맡아 동 위원회에서 결정된 정책이 정부 여당만의 일방적인 정책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은 관계 공무원,전문가및 관련 이익단체의 대표등으로 구성된 실무작업반(Working Group)에서의 협의와 공청회를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수립됨으로써 정권 교체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성있는 정책이 된다. 미래위원회에서 결정된 중요한 정책중 하나가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설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의 건립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정책 결정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원자력 발전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있는 불란서를 포함하여 다른 유럽 국가들이 환경론자등의 반대여론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설은 고사하고 기존 원전 시설의 유지에도 소극적인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가스공급 분쟁으로 많은 유럽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의 안정적인 에너지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에너지 안보차원및 저탄소 녹색성장의 차원에서 원자력발전이 새롭게 각광을 받으면서, 이미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을 간파한 핀란드 미래위원회의 선견지명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핀란드는 환경 지속가능성 지수 1위국가로서 환경론자들의 입김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지만 전문집단의 합리적인 토론을 통하여 원전이나 핵폐기물 처리시설 건설과 같이 환경적으로 논란이 많은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핀란드는 유럽 선진국가들로 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미래는 핀란드에 있다(The future is Finnish) ", " 핀란드에서는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Everything is all right in Finland)" 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나라도 지난 2006년 8월 중장기 국가정책 비전 2030을 발표하였지만 문제는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 있더라도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 풍토에서 새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구상된 정책비전을 존중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5년 단임의 대통령제 하에서는 장기적인 효과가 필요한 정책보다는 임기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단기 처방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출산률이 1.16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저출산, 고령화문제를 비롯하여 미래사회의 문제에 대비할 정책과제들이 산적하여 있다. 미래의 국가발전을 보장해줄 정책을 적시에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권의 교체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시행해 나갈 중장기 국가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핀란드의 미래위원회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볼만 하다. 문제는 미래위원회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핀란드처럼 여야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가의 중장기 미래전략은 고사하고 당장의 민생현안 마저도 정당간의 당리당략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비일 비재한 작금의 국회 모습을 보면서 미래위원회는 먼 남의 나라의 일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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